Episode 9: September (1)
프로젝트 타임리스 (47,176,871 진행 중)
Console> 커널 정상 작동 확인 완료
지문, 홍채, 각막, 대뇌피질 스캔 완료
영혼 고유성, 자아 무결성 검증 완료
적법 클라이언트 확인!
어서 오십시오. 언제쯤의 기억을 보고자 하십니까?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 때까지 잘 자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당부가 무색하리만큼 갑작스레 눈이 뜨였다.
다시 자려고 뒤척였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문 아래로 아무 빛도 들이치지 않았다. 갑자기 겁이 났다. 거실뿐만이 아니라 집 안 그 어디에도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문을 열기 두렵다고 느낀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방 밖을 내다보기 두려운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을 열고 나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것이 있을까봐, 내가 상상도 못하는 오싹하고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선뜻 문고리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방 밖을 반드시 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는 얼어붙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았을 텐데 몇 시간은 그러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긴장 탓에 허벅지가 얼얼했다.
끼익. 문고리는 삐걱대며 돌아갔다.
불이 꺼진 걸 제외하면 집은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었다. 무언가 부서진 것도 없고,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흔적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집 안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다들 나만 두고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아서 초조함이 가라앉질 않았다. 집 안은 조용하다 못해 공허해서 숨막힐 정도였다. 나 자신의 한숨 소리마저도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평소에 몇 번이고 지나다녔을 복도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
스산한 감을 억지로 욱여넣으며 맞은 편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원래 복도는 조용한 법이다. 저택이 넓으니 깨어 있는 사람들이 방 하나에 다 모여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분명 다른 어딘가에선 사람들이 편히 쉬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그저 내가 모를 뿐 저택은 평소와 그 어떤 것도 다르지 않다.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무언가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의미라는 걸 알고 있었다.
창문 너머에서 불어온 바람에 놀랄 만큼 몸이 긴장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무엇 때문에 겁에 질려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바람일 뿐이었는데, 내 귓가엔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
달이 떠 있을 법한데 달빛이라곤 한 점도 복도에 비치지 않았다. 복도 여기저기에 불편하게 늘어져 있는 둔탁한 물건들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정전일지도 모른다. 정원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내 걱정일 뿐이었다고 생각하니 안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원으로 나가는 문 앞에 이르니 숨이 가빴다. 달리다시피 빠르게 걸었다. 눈에는 문 말고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이걸 열고 내 모든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힘이 잔뜩 들어간 팔로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문은 너무나도 느리게 열렸다.
어쩌면 그 시점에서 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어제 정원에서는 파티가 열렸다. 하지만 이젠 컵이고 탁자고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온전히 남은 게 없었다. 어제 해 질 무렵까지만 해도 함성과 소음으로 시끌벅적했던 곳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창문 너머에서 불어오던 것은 분명 바람 소리였다. 비명 소리는 아니었다.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저 살아 있지 않았을 뿐이다.
하나같이 아는 얼굴이었다.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다음 주에 같이 공부하자고 약속한 친구도 있었다. 매일 식사를 같이 하던 가족도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누구도 살아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숨이 막혔다. 산소가 부족하지도 않은데 호흡이 잘 되지 않았다. 다친 곳도 없는데 온 몸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가장 내 자신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진 점은 다른 데 있었다.
정원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서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다리가 얼어붙었는지, 아니면 겁에 질리기라도 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숨을 죽이고, 얼빠진 것처럼 떠는 게 고작이었다.
“날이 추워. 이런 데 있으면 입 돌아가.”
등 뒤에서 날 향해 목소리가 날아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여기서 죽는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 돌아간다니까. 안 들리니?”
내가 왜 아직까지 죽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다. 그냥 죽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난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뭔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야 창가엔 달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빛이 구름을 가르고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 부분만 따로 떼어 놓으면 사람이 여럿 사라졌다는 걸 모를 수 있을 만큼, 내가 있는 곳과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몇 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확실히 그 정도로 차이가 났다.
생각보다 높은 톤의 목소리였다.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실제로 서 있던 것도 여성이었다.
일상적으로 볼 일 없는 차림새를 셋 꼽으라면 분명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묻은 부분이 없는 이유를 고민하게 될 만큼 하얀색이 가득한 드레스였다. 하얀색이 아닌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소매 밑단만이 검은색으로 마감되어 있을 뿐이었다.
태도도 자세도 어딘가의 공주님 같았다.
“당신이 한 거야?”
그게 이해가 안 됐다. 정원에는 내 가족만 있던 게 아니었다.
검은 제복의 사람들이 두 손으로 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널브러져 있었지만, 우리 가문은 검은 제복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눈 앞의 여성은 조금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라도 되는 것마냥 차분하고 담담하게 날 보고 있었다.
정원 안에서 숨을 잃은 사람들만 세어도 손가락으론 부족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태연해서 나조차 현실감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 저거?”
그녀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의 침묵. 그녀는 이렇다 할 감정 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응, 내가 했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무미건조함과 참혹한 현장 중 무엇을 더 이상하게 여겨야 할 지 점차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원하는 대답을 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혼란스러움에 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 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끝나는 건지도 알지 못했지만, 제대로 된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도록 빨리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랐다. 멍청한 생각이었지만, 지금 내게 지성이 남아 있는지도 사실 의심스러웠다.
“유감이다. 네가 아끼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이구나.”
그러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까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말은 나에게 건네지만, 시선은 달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달인데도, 그녀는 거기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무어라 말할 거라고 기대했다. 흔히 매체에서 나오는 것처럼, 비꼬는 말이라던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말이라던가. 그런 게 있으면 내가 분노하는 게 당연할 거고, 조금이라도 현실감을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답을 기다리는 걸까. 생각했던 흐름과 너무 달랐다. 나는 결국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내가 잠에서 일어난 후로 처음 나누는 대화였다.
“이상하잖아.”
일어난 일을 언어로 정리하고, 자세히 표현할 수록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게 와 닿았다.
“왜 죽인 거야?”
목소리가 떨려서 꼴사나웠다.
그래도 물어봐야만 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설령 죽더라도 그건 알고 죽고 싶었다.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저 사람들은 대체 왜 죽어야 했던 거야?”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 모든 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 무관심함에 정말로 부아가 치밀어서, 죽어도 상관없으니 멱살이라도 잡아야겠다 생각했을 즈음이었다.
고요한 물에 돌이라도 던진 것 같이, 나른한 목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알려줄 수 있어. 네가 정말로 알고 싶다면.”
아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귀에 와닿는 것은 전혀 달랐다.
“하지만 꼭 사람은 이유가 있어야 죽을까?”
“그게 당연한 거잖아.”
“당연한 건 왜 당연할까? 모든 질문에는 따라오는 해답이 있기 마련이지. 모든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네게 필요한 건 하나뿐이야. 넌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돼.”
붉은 눈동자가 처음으로 나를 보았다.
눈동자만이 아니다. 자세도 바꾸어서, 나와 확실히 마주보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곱씹을수록 내가 무언가 중요하다는 걸 놓치고 있다는 깨달음이 강하게 들었다.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아냈으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아낼 수도 있었다.
“난 왜 죽이지 않아?”
그 질문이야말로 내가 느끼는 불안함의 본질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저렇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아직 위협조차 당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반드시 알아야 했다. 무엇 때문에? 내게 무엇을 원하길래?
너무나 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꺼번에 떠올랐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이 아팠다.
“첫 번째 질문은 또 그거구나.”
그녀의 입가에는 옅게 미4%_가 걸려 있었다.
있는지 없는지도 쉽게 알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은은한 웃음이었다.
“그건 말이야, 아주 단순한 거야. 바로 %3Ra는⋯⋯.”
몇 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이 돌아왔지만 나는 그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8Bs는 그저 가7#Q데도 6n^지 않
아, 그렇구나. 나는 $6^t로
그 미숙한 정신으로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인가 %0yN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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